40대 후반 이후 여성에게 찾아오는 갱년기. 갱년기는 완경으로 접어드는 단계로, 보통 완경 3~4년 전에 시작된다. 가장 흔한 증상인 안면 홍조부터 건망증, 수면장애, 그리고 가슴 두근거림까지 갱년기에는 다양한 신체적?심리적 변화가 찾아오며 골다공증, 요실금 등의 질환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갱년기에는 만성질환인 ‘고혈압’ 위험 역시 크게 증가한다. 이는 완경 이후 감소하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원인이다. 에스트로겐은 혈관을 확장하는 작용을 하는 호르몬으로, 수치가 감소될 시 혈관이 수축되며 혈압 상승을 유발할 수 있다. 더불어 갱년기로 인한 체중 증가 등의 신체 변화 또한 혈압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실제로, 고혈압 발병 추이를 살펴보면 여성 고혈압 유병률은 완경 후 약 3배 높아진다.
그런데 최근, 갱년기에 혼자 밥을 먹는 중년 여성은 심혈관질환 위험이 더욱 증가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북미 폐경학회(nams) 저널인 ‘완경(menopause)’ 온라인판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혼자 식사하는 빈도가 높을수록 복부비만 및 혈압 상승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밝혀졌다.연구진은 갱년기 여성 약 600명을 대상으로 혼자 식사하는 여성과 다른 이와 함께 식사하는 여성 간의 영양 상태, 심혈관질환의 유병률 등을 비교·조사했다. 연구 결과, 혼자 식사하는 여성은 필수 영양 성분이 부족한 경향이 있으며 협심증에 걸릴 위험이 2.58배 높다는 사실이 밝혀졌다.연구진은 혼자 식사하는 경우, 다른 사람들과 식사할 때와 비교하여 더 빨리 먹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빨리 먹으면 체질량지수, 허리둘레, 혈압, 혈중 지질 수치가 증가할 위험이 높으며, 이는 결국 대사증후군 및 심혈관질환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연구진의 설명이다.문제는, 고혈압 등 심혈관질환 인한 증상을 갱년기 증상으로 오인해 방치할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고혈압 증상인 어지러움, 심계항진, 시력 저하 등은 갱년기에 나타나는 증상과 유사하다. 이 때문에 고혈압이 보내는 신호를 방치하여 최적의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 실제로, ‘유럽심장저널(european heart journal)’ 42권 10호에 실린 보고서에서는 고혈압 및 심장질환 증상과 갱년기 증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제1저자인 라드바우드대학(radboud university)의 안젤라마스(angela maas) 교수는 보고서를 통해 “중년 여성은 심혈관질환의 고위험군으로, 높은 혈압을 방치할 경우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이 높다”고 강조했다.따라서, 안면홍조 및 심계항진 등의 증상이 지속되거나 고혈압 가족력이 있는 갱년기 여성이라면 주기적인 혈압 측정 및 수치 확인을 통한 관리가 중요하다. 또한, 음주, 흡연, 운동 부족 등 고혈압 발생 위험을 높이는 생활 습관을 개선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