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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여성 a씨는 얼마 전부터 목과 겨드랑이 부위가 회색 빛을 띠기 시작하더니, 색이 점점 짙어져 때가 낀 것처럼 보이고 피부가 두꺼워졌다. 아무리 깨끗하게 씻어도 사라지지 않아 되도록 목이 가려지는 옷을 입고 있다.”
a씨가 앓고 있는 질환은 ‘흑색가시세포증’으로, 겨드랑이나 사타구니와 같은 살이 접히는 부위에 회색 혹은 갈색의 색소 침착이 생기고, 사마귀 모양으로 피부가 두꺼워지고 주름이 생기는 질환이다. 주로 겨드랑이나 목, 사타구니, 팔 안쪽, 무릎 뒤쪽, 항문과 같이 자주 접히거나 마찰이 생기는 부위에 잘 생기며, 입 안이나 입술 같은 점막이나 손바닥에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씻어도 사라지지 않는 검은 때의 원인은?흑색가시세포증은 목이나 입 주변, 손바닥 등 잘 보이는 곳에 나타나면 ‘잘 씻지 않는 사람’으로 오해받을 수 있다. 증상이 마치 더러운 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원인이 무엇인지 확인하고 해결하려는 노력과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것이 좋다. 흑색가시세포증의 원인은 아직 정확하게 밝혀진 것은 없지만 인슐린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비만한 사람에게서 잘 나타나는데, 인슐린 저항성으로 인해 혈액이 인슐린 과다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혈장 내 인슐린의 농도가 증가하면 인체 내 인슐린 수용체는 기능적으로 감소하게 되고, 이로 인해 인슐린 수용체의 전형적인 기능인 포도당의 사용, 세포 성장, dna 합성, 단백질 및 지방 대사에 영향을 끼친다. 각막세포 및 피부섬유모세포는 인슐린과 결합해 성장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수행하는 인슐린양성장인자 수용체를 가지고 있다. 인슐린 수용체가 감소하면 인슐린양성장인자 수용체의 발현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고, 혈중에 증가한 인슐린과 결합하여 각막세포 및 피부섬유모세포의 증식이 과도하게 일어나면서 나타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흑색가시세포증은 대부분 사춘기 이후의 성인에게 나타나지만, 최근에는 비만한 소아 및 청소년에게도 자주 나타나면서 발생 연령이 낮아지고 있다. 2007년 대한소아과학회지에 발표된 ‘비만으로 인한 대사적 합병증을 가진 소아 및 청소년에서 흑색가시세포증의 임상적 의의’ 연구 자료를 살펴보면, 비만으로 인한 대사적 합병증을 많이 가지고 있을수록 흑색가시세포증의 발현이 의미있게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소아 및 청소년기에 나타나는 흑색가시세포증은 비만으로 인한 대사적 합병증을 조기에 진단할 수 있는 임상적인 지표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결론을 밝혔다. 비만으로 인해 흑색가시세포증이 생겼다면 체중 감소만으로도 피부 병변이 나아질 수도 있다. 만약 비만과 당뇨 모두 해당되지 않는데 흑색가시세포증이 나타났다면 악성 종양 가능성을 의심해봐야 한다. 흑색가시세포증을 유발하는 악성종양은 주로 복부에 발생하고, 위암이 가장 흔하다. 이 밖에도 드물게 먹는 피임약, 호르몬제 등의 약물 복용으로 인해 나타나기도 하고, 특별히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흑색가시세포증이 생겼다면 정확한 원인을 찾아 해결하도록 하고, 보기 좋지 않게 남은 병변은 피부과에서 치료를 진행할 수 있다. 하이닥 피부과 상담의사 홍원규 원장(휴먼피부과의원 청라점)은 “비타민 a 성분이 미백 효과가 있으므로, 연고나 먹는 약을 처방받는 것도 좋은 방법이며, 레이저 토닝을 비롯한 다양한 레이저 시술 또한 시도해 볼 수 있지만 뚜렷한 효과가 없을 가능성을 염두해 두고 꾸준히 치료 받아야 한다”라고 설명한다.
도움말 = 하이닥 상담의사 홍원규 원장 (휴먼피부과의원 청라점 피부과 전문의)